[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1950~70년대에는 《세계여성백과》가 집에 한질 정도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여성백과가 있었지요. 1809년(순조 9)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쓴 가정살림에 관한 내용의 책 《규합총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책은 언제 누가 지었는지 모르는 채 필사본 또는 목판본으로 전해져 내려오다가 1939년에 발견된 《빙허각전서(憑虛閣全書)》가 이 책의 제1부작으로 밝혀져 지은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규합총서》는 지은이가 서문에서 “이 모두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서 오래 살기 위해 먼저 힘써야 할 것이요, 집안을 다스리는 방법이라 진실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이요, 부녀가 마땅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삶에서 꼭 필요한 슬기를 적어 모은 것입니다. 《규합총서》는 주사의(酒食議)ㆍ봉임측(縫則)ㆍ산가락(山家樂)ㆍ청낭결(靑囊訣)ㆍ술수략(術數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주사의>에는 장담그기, 술빚기, 밥ㆍ떡ㆍ과줄(한과)ㆍ반찬 만들기가 들어있고, <봉임측>에는 옷 만드는 법, 물들이는 법, 길쌈, 수놓기, 누에치기와 함께 그릇 때우는 법, 불 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함길도 감사가 아뢰기를, ‘길주 이북에 눈이 깊이 쌓이고 풀이 묻히어, 들에 놓은 소와 말이 태반이나 굶어 죽었사온데, 회령(會寧)ㆍ경원(慶源) 두 읍이 더욱 심하여 새로 옮겨 온 백성들의 농우(농사일에 부리는 소)와 전마(戰馬, 전쟁에 쓰는 말)가 거의 다 죽었습니다. 이에 각 고을이 피(볏과에 속한 한해살이풀)와 콩을 나눠주게 하고, 다방면으로 풀을 베어 먹이게 하고 있사오며, 또 새로 이사 온 백성들이 길을 통행하지 못하옵기에 설마(雪馬)를 타는 사람들을 시켜 쌀을 가지고 가서 이들을 구제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이는 《세종실록》 67권, 세종 17년(1435) 3월 12일 기록으로 함경도 회령과 경원에 눈이 많이 와 설마(雪馬)를 타는 사람들을 시켜 쌀을 가지고 가서 이들을 구제했다는 얘기입니다. 설마는 우리말로 하면 썰매로 이에 관한 첫 기록으로 보이지요.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는 “우리나라 북쪽 지방에서 겨울이 되면 사냥에 설마를 이용하여 곰과 호랑이를 잡는다.”라고 나옵니다. 또 서유구(1764-1845)가 쓴 백과사전 《임원경제지》에는 “설마는 좌우에 두툼한 판자를 세우고 바닥이 둥글게 휘어지도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안 부 - 김시천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사람 속에 묻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 “고모님께서 새해는 숙병(宿病)이 다 쾌차(快差)하셨다 하니 기뻐하옵나이다.” 이 글은 숙종임금이 고모인 숙희공주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숙종은 고모의 오랜 병이 완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숙병이 쾌차했다 하니 기쁩니다.”라며 아직 병중이건만 이미 병이 다 나은 것처럼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정조 때 사람 한경(漢經)은 하진백(河鎭伯) 집안사람들에게 문안 편지를 보냈는데 하진백이 과거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을에 있을 과거에서 급제했다며 미리 축하의 덕담을 보내고 있다. 이 밖에 명성왕후(明聖王后, 현종 비)가 셋째 딸인 명안공주(明安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의 스물두째이며 명절로 지내기도 했던 ‘동지(冬至)’입니다. 민간에서는 동지를 흔히 ‘아세(亞歲)’ 곧 ‘작은설’이라 하였는데 ‘해’의 부활이라는 큰 뜻을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가는 작은설로 대접하는 것이지요. 이런 생각은 오늘날에도 여전해서 ‘동지첨치(冬至添齒)’ 곧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동지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길어 호랑이가 교미한다고 하여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부릅니다. 동지의 특별한 풍속을 보면 다가오는 새해를 잘 계획하라는 뜻으로 달력을 선물하는데 더위를 잘 견디라는 뜻으로 부채를 선물하는 단오 풍속과 함께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지의 또 다른 풍속에는 며느리들이 시어머니나 시할머니에게 버선을 지어 선물하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란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이날 새 버선을 신고 길어지는 해그림자를 밟으면 수명이 길어진다고도 믿었지요. 그런데 이날 가장 보편적으로 지내는 풍속은 팥죽을 쑤어 먹는 일일 것입니다. 특히 지방에 따라서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 솔가지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12월 3일 ‘머니투데이’에는 “한국, 영어 능력 세계 49위…중국ㆍ일본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랐다. 기사 내용은 “최근 스웨덴 교육 기업 '에듀케이션퍼스트'(EF)의 '2023 영어능력지수'(EPI·English Proficiency Index)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113개국 중 한국은 4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36위에서 13계단 하락한 순위다.”라는 것이다. 이는 전체 조사 대상 113개 나라 가운데 한국은 보통 수준인데 이에 견줘 중국은 82위, 일본은 87위로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 기사에 보면 1위에 네덜란드가 차지했으며,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벨기에,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순으로 상위 10위권을 이뤘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10위 안에 든 나라 대부분이 유럽 나라들이고, 유럽 외의 나라는 싱가포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영국의 오랜 식민지였으며 현재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는 나라들뿐이다. 하지만, 한국ㆍ중국ㆍ일본은 문화가 전혀 다르고 각자 자기들의 말과 글이 살아 있어서 영어에 목매는 처지가 아닌 것이 다르다. 그런데도 이 기사를 보고 영어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기억에 남아 있을 ‘통행금지‘. 광복을 맞으면서 시작된 통행금지는 1982년 1월까지 시민들의 발목을 잡았는데 광복 직후엔 밤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1961년부터는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가 통금시간이었습니다. 동무들하고 신나게 놀다가도 통금시간이 다가오면 ‘오금아 날 살려라’라면서 집으로 줄행랑을 쳤었지요. 어떤 이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꾀를 낸다는 것이 장승처럼 멀뚱히 서 있다 여지없이 잡혀 파출소행을 했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통행금지가 물론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조선이 개국 되자마자 치안과 화재 예방을 위해 한성을 비롯해 주요 도시와 국경지방에까지 통행금지 시간을 두었지요. 시계가 없던 시절 성문이 닫히고 통금이 시작되는 때를 “인정(人定)”이라 하며 28번의 종을 칩니다. 인정을 친 이후는 지위가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통행금지를 위반하여 잡히면 엄한 벌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또한 통금이 풀리는 때를 파루(罷漏)라 하여 33번의 종을 쳐 백성들에게 알렸지요. 그런데 《태종실록》 2권, 태종 1년(1401) 9월 21일 기록을 보면 사헌부(司憲府)의 우두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갑진년 용띠 해를 맞아 2023년 12월 20일(수)부터 2024년 3월 3일(일)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용(龍), 날아오르다》 특별전을 연다. 이번 특별전은 용에 얽힌 여러 문화적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자리로 우리 용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 비와 물의 상징인 용 오늘날 서구문화, 게임 등의 영향으로 ‘용’하면 불[火]과 악[惡]을 머릿속에 떠올리지만, 우리 용의 모습이 아니다.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민속에서 용은 비와 물을 상징하며 수신(水神), 우신(雨神) 등으로 나타난다. 조상들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비를 빌었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용에게 풍어(豐漁)와 안녕(安寧)을 빌었다. 이번 특별전에 소개한 ‘농기(農期)’, ‘용왕과 용궁부인을 그린 무신도(巫神圖)’, ‘기우제 제문(祈雨祭祭文)’ 등을 통해 용에게 비와 물을 빌던 우리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열두 띠 동물 가운데 땅이름으로 가장 많이 쓰인 동물은 용이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섣달에 거행하던 대나례(大儺禮)를 복구했다. 당초 인조(仁祖) 인조 15년(1637) 난리 뒤에 허비가 많은 것 때문에 임시로 정했었다. 이때 이르러 임금이 《주례(周禮)》와 《오례의(五禮儀)에 규정한 예전(禮典)》를 상고하여 관상감(觀象監)이 그전의 제도대로 복구하도록 명한 것인데, 다만 방상씨(方相氏)가 쓰는 종이 가면(假面)을 나무로 대신한 것은 비용을 덜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숙종실록》 24권, 숙종 18년(1692) 12월 18일 기록입니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12월 27일(수)부터 29일(금)까지 사흘 동안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송년공연 ‘나례(儺禮)’(연출 박동우)를 선보인다고 하지요. ‘나례’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날 밤 궁중과 관아, 민간에서 묵은해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태평한 새해를 맞이하고자 고려부터 조선까지 700여 년간 행해졌던 의식입니다. 나례는 한 해의 맨 마지막 섣달그믐에 어린아이들 수십 명에게 붉은 옷을 입히고, 붉은 두건을 씌워 궁중으로 들여보내는 것이 행사의 시작이지요. 《숙종실록》에 나오는 ‘방상씨’는 대체로 눈이 네 개인 형상의 가면을 쓰고 귀신을 쫓는 사람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 12월 16일 저녁 4시 서울 영등포구 대방천로 문헌빌딩 강당에서는 <한국문학생활회(상임회장 최운선)>의 2023년 문학생활 문학상 시상식 및 송년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회원들과 내빈 100여 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대회의 시작은 먼저 ‘계묘년 한 해를 돌아보며’란 주제의 사진자료를 보며 지난해를 회고했다. 이어서 최운선 <한국문학생활회> 상임회장의 개회선언 및 개회사가 있었다. 최운선 상임회장은 개회사에서 “문학을 알고도 문학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문학은 문학인의 품 안에 매어둔 온실 속의 꽃이 아니라 들판의 꽃처럼 자유롭게 자라는 문학이야말로 건강한 문학이 될 수 있습니다. 문학도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강건하게 되듯이 문학교류를 통해 지혜와 지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문학의 샘물은 메마르지 않습니다. 올 한 해도 해왔듯이 새해에도 우리 한국문학생활회는 그렇게 해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문학생활 발행인인 전 한국문학생활회 최장호 명예회장은 인사말씀을 통해 “세계를 향해 원고를 던져보자.”라며, “우리 한국문학생활회가 한국에 뿌리를 내릴 뿐만 아니라 외국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승 무 -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니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승무(僧舞)’는 승복을 입고 추는 줌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춤꾼은 치마저고리나 바지저고리 등을 갖추어 그 위에 장삼을 걸쳐 입고 가사를 두르고 고깔을 쓴다. 염불장단에 맞추어 합장하면서 춤이 시작되고, 마지막에는 굿거리장단에 천천히 호흡을 조절하며 춤을 마무리한다. 오랜 세월 예인들에 의해 만들어져 온 춤으로 한국춤의 본질인 정중동(靜中動)이 살아있다는 평가다. 곧 멈춘